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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이야기

 

  MINHWA TALK CONCERT 

 

 

민화, 어떻게 볼 것인가?

 

'민화 토크 콘서트' 첫 번째 시간에는 민화 감상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민화는 단순화된 형태와 파격적인 구성, 자유로우면서도 어눌한 표현법 등 기존의 전통회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형성에

다채로운 채색의 사용 등 장식성을 갖추어 현대적 감각에 부응하는 측면이 강하며 이에 따라 오늘날 더욱 큰 관심과 애호를 받고 있다.

최근 민화 작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이 이어지면서 현대 민화의 양적 확장과 질적 성장이 이루어지고 화단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가 민화라 칭하여 분류하는 작품들은 대개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에 걸친 시기, 즉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 제작된 그림들이다.

이 시기는 역사적 격변기로서 서구 문물의 급속한 유입과 영향으로 인해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부문에서

왕조시대의 제도와 전통을 버리고 새로운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인 시기였다.

이로 인한 전통과의 단절은 오늘날 우리가 민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일정 부분 장애를 주고 있는데,

민화의 조형성은 시공을 초월한 공감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민화에 담긴 내용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화는 그것을 제작하고, 감상하고, 소유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생활과 종교, 사상과 문학 등 문화를 반영한 삶 그 자체였고,

따라서 민화를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곳에 담긴 문화코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시간은 바로 민화에 담긴 문화 코드를 읽고 이해하여 민화의 조형성뿐 아니라 그 맥락까지도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에 민화의 도상과 상징, 그림의 형식과 양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민화의 개념과 역사, 그리고 민화의 범주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민화란 '서민화가가 그린 그림'으로서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원이나 이름 있는 전문화가, 혹은 문인화가가 그린 그림과 구별되며,

주로 벽사, 기복 혹은 집 안의 치장과 감상을 위해 제작된 그림을 일컫는다.

무명화가의 작품이기에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팔렸고, 따라서 양반, 비양반 계층을 불문하고 널리 소비될 수 있었던 그림이었다.

 

'민화'라는 용어는 1930년대에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1889-1961)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서,

그는 민화를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구입되는 그림'이라고 하였다.

19세기 서구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기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휴머니즘을 회복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이름없는 예술가가 이루어놓은 작품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겠다'는 문예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야나기는 그 영향을 받아 민예운동을 펼쳤고,

민화라는 용어도 창안하게 되었다. 따라서 민화와 '민화'라는 용어는 역사적 시대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조선말기 신분제의 와해와 비양반층의 사회, 경제적 위상의 부상에 따라 미술 시장이 재편, 확대되면서 제작, 소비된 그림이고,

'민(民)'의 개념이 시대적으로 대두된 20세기 초에 대량으로 제작, 소비된 그림을 일컬어 민화라고 할 수 있다.

 

민화는 궁정을 비롯한 상류층 수요의 그림을 모방한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민화의 주제 범주는 일반적인 전통 회화와 구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기복, 길상, 벽사를 상징하는 모란도, 해학반도도, 십장생도, 호작도, 서수도, 백동자도, 요지연도, 백수백복도 등의 그림과

장식, 감상용의 책가도, 금강산도, 관동팔경도 등 산수화, 화조도, 호렵도, 고사인물도 등 다양한 주제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민화, 어떻게 그릴 것인가?

 

 '민화 어떻게 그릴 것인가' 누구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물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물음일 수 있다.

그런데 이 물음을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민화작가들은 고민이 많다. 열정적으로 작품세계에 매달리지만,

민화 안에서 내 그림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혹은 어떤 소재를 어떤 방법으로 그려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래서 누구나 앞의 질문 앞에 스스로 서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작가들의 고민은 우선 전통 민화 속에서 그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때 떠오르는 것이 '모사와 창작'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는 과거의 민화를 우리가 우리시대에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번 토크쇼에서는 이 '모사와 창작'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 시대가 지향해야 할 민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회화에는 모사(模寫)라는 독특한 영역이 있었다.

모사한 '베껴 그린 그린다'는 뜻이다. 원본 그림을 앞에 두고 똑같이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모사이론은 약 1500년 전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의 사혁(謝赫, 479-510)이라는 이론가가 제시했다.

그는 그림의 6가지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마지막에 '전이모사(轉移模寫)'를 두었다. 모사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된다.

옛 그림 속의 훌륭한 화법과 필치를 모방하는 과정을 그림의 기초실력을 터득하는 방법이라고 보았고, 이를 모사라 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에 입문하면 전이모사부터 시작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다.

 

동양회화의 모사에는 3가지가 있다. 임(臨), 모(模), 방(倣)이 그것이다.

'임(臨)'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원화를 똑같이 베껴 그리는 것을 말한다. 완벽한 모사에 해당한다.

'모(模)'는 원화를 옮겨 그리되 약간의 오차를 허용하는 그림을 말한다. 비교적 충실한 모사에 해당한다.

다음의 '방(倣)'은 원화를 자신의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그리는 것을 말한다. 화가의 감성으로 여과해 낸 모사라 할 수 있다.

'임'과 '모'는 초상화 분야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때의 '임'과 '모'는 가짜 그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훼손된 그림을 반듯이 옮겨 그려

그것을 담 세대에게 전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사의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있으면 먼저 밑그림을 그린다.

해당 경물을 스케치하듯 그린 뒤 먹선으로 윤곽선을 정리한다. 이 밑그림을 다른 말로 '본'이라고도 한다. '민화는 본그림이다'라고 할 때 그 '본'이다.

민화에 처음 입문하면 먼저 밑그림에 해당하는 본을 갖고 그림을 그리게 된다. 만약 본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눈으로 본 형태를 손으로 똑같이 그리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른바 소묘력, 데생력이란 것이다.

이 과정은 적어도 1~2년을 몰두해야만 겨우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예컨데 초보자이지만,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배우려는데 1~2년의 기초를 먼저 닦아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포기하고 만다.

그러한 기초를 닦는 시간을 단축해 주는 것이 본 그림이다. 본의 도움을 받아 그리게 되면, 일단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두고 이를 숙련시켜 나간다. 이것을 민화의 입문 단계라고 부른다.

'본'그림은 처음에는 작은 소재를 갖고 시작하지만, 점점 복잡하고 큰 크기의 그림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작가의 기량도 늘어간다.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고차원적인 민화 학습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몇 년만 지나면 웬만한 그림은 다 모사해낼 수 있는 실력을 얻게 된다. 모사는 옛 그림을 배우는 방식이다. 이는 요즘에도 통용된다.

민화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상당한 경력을 지닌 작가들이 이 영역을 지키고 있다.

우리 민화와 궁중회화 등을 그대로 재현하여 그리는 모사는 많은 작가가 하지 않더라도 몇몇 작가만은 꼭 지키고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모사는 대상이 되는 그림을 옮겨 그리는 방식이지만, 그림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 많은 공부거리를 준다.

모사에서는 일단 자신의 감성과 개성을 완전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 즉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그려야 할 대상인 원화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엄정한 조형세계와 옮겨 그리는 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원화에 담긴 작가의 예술혼과 교감을 주고받는 과정은 오로지 이 모사에 들어 있다. 모사와 창작은 결코 대립의 관계가 아니다.

모사만이 전통을 지키는 일이고, 창작만이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창작이라고 해서 완전한 새로운 그림이 아니다.

어떤 모티브를 선택하고, 거기에 상징적인 의미와 작가의 의도 등을 담아내는 것,

그렇게 정리된 모티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재구성하여 그리는 것이 창작의 핵심이 아닐까?

 

창작을 위한 창의적인 생각은 화가의 중요한 덕목이다. 끊임 없는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 예측 불허한 그림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여기에 생동하는 미술의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모사에서 창작의 단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을 이번 토크콘서트에서 제기하고

나름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민화, 어떻게 그릴 것인가?' 민화를 그리는 작가라면 외면할 수 없는 물음이다.

 

 

 

 

한국민화학회(회장 윤진영)